영국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곧장 돌아오기엔 너무 아쉬웠습니다. 마침 9월이었고, "독일이 지금 딱 옥토버페스트 시즌이잖아?" 싶어서 무작정 뮌헨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독일이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진 나라인지, 가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으니까요.

옥토버페스트, 독일의 첫인상은 이 축제에서 시작됐습니다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제대로 못 풀고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옥토버페스트란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 축제로,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바이에른(Bayern) 주의 전통 행사입니다. 단순히 맥주를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전통 민속 의상인 레더호젠(Lederhosen)과 디른들(Dirndl)을 입은 현지인들이 라이브 브라스 밴드 연주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문화 체험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가봤는데, 텐트 하나가 수천 명을 수용하는 규모라는 게 실감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1리터짜리 마스(Maß)라고 불리는 전통 맥주잔을 들고 낯선 사람들과 건배하다 보니 언어 장벽 같은 건 애초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마스란 독일어로 '1리터 용량의 대형 맥주잔'을 뜻하며, 옥토버페스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옥토버페스트에는 매년 전 세계 6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리며, 이 기간 뮌헨 지역 경제에 10억 유로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줍니다(출처: Statistisches Bundesamt). 축제 기간에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텐트 예약은 최소 수개월 전에 마쳐야 하고, 오전 일찍 입장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옥토버페스트에서 이미 독일 여행의 절반은 건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놀라움은 그다음 날부터였습니다.
고성, 어릴 때 만화에서 봤던 그 성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약 두 시간, 퓌센(Füssen)이라는 작은 도시에 내렸습니다. 목적지는 노이슈반슈타인성(Neuschwanstein Castle)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릴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성이 독일에 실존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간 거였습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 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성까지 이어지는 산악 등산로(Alpine Trail)는 경사가 꽤 가팔랐고, 그날 날씨가 흐려서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처음엔 '이 날씨에 올라가는 게 맞나?' 싶었는데, 막상 성 앞에 서는 순간 그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안개 사이로 윤곽을 드러낸 흰 첨탑이 오히려 더 신비로워 보였고, 어릴 때 본 그 장면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은 19세기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Ludwig II)가 지은 낭만주의 양식의 성입니다. 낭만주의 건축이란 중세 기사 문화와 게르만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감성과 이상을 건축으로 표현한 양식으로, 당시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복고적 미학입니다. 성의 내부는 바그너 오페라의 장면들을 벽화로 재현해 놓았는데, 이 역시 루트비히 2세가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를 극진히 후원했던 것과 연결됩니다.
노이슈반슈타인성 외에도 바이에른주에서 꼭 챙겨볼 여행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쾨니히스제(Königssee): 에메랄드빛 빙하호수로, 수상 전기 보트를 타고 성 바르톨로메(St. Bartholomä) 교회까지 이동하는 경험이 인상적입니다.
- 아이브제(Eibsee): 독일 최고봉 추크슈피체(Zugspitze) 아래 위치한 호수로, 투명도가 뛰어나 산 그림자가 그대로 반영됩니다.
- 파르나클람(Partnachklamm):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흐르는 계곡으로, 폭포와 암벽이 어우러진 트레킹 코스가 일품입니다.
제 경험상 이 세 곳을 하루에 다 묶어서 보기는 무리입니다. 특히 쾨니히스제와 아이브제는 서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하루씩 따로 잡는 것을 권합니다. 바이에른주 호수들은 캐나다 밴프나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두 곳을 모두 가봤기에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자동차 박물관, 독일 여행에서 여기를 빼놓으면 아쉽습니다
독일 하면 맥주와 소시지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바로 자동차입니다. 독일은 BMW,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포르셰(Porsche), 아우디(Audi) 같은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의 본거지입니다. 이 브랜드들은 단순한 자동차 회사를 넘어, 각자의 본사 도시에서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들렀던 BMW 벨트(BMW Welt)와 BMW 뮤지엄은 뮌헨 올림픽 공원 옆에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BMW 벨트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차량 인도 센터와 브랜드 체험 공간이 결합된 복합 문화 시설로, 한 해 방문객이 200만 명을 넘습니다. 클래식카 코너에서는 1930년대 레이싱카부터 최근 전동화 모델(EV, Electric Vehicle)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규모와 구성이었습니다.
뮌헨 외에도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는 메르세데스-벤츠 뮤지엄과 포르쉐 뮤지엄이 있고, 잉골슈타트(Ingolstadt)에는 아우디 포럼이 있습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독일 자동차 수출액은 전체 제조업 수출의 약 20%를 차지했습니다(출처: Verband der Automobilindustrie).
독일 여행을 계획할 때 자동차 브랜드 뮤지엄을 동선에 넣는 것은 단순한 덕후 코스가 아닙니다. 독일 산업의 역사와 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독일은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것보다 테마를 하나 정해서 여유롭게 이동하는 방식이 훨씬 잘 맞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축제와 역사 도시, 자연경관, 자동차 문화까지 어느 방향으로 잡아도 충분히 채울 거리가 있습니다. 이미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를 다녀오셨다면, 이번엔 바이에른주를 거점으로 잡고 성과 호수, 박물관을 하나씩 이어 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출장 중간에 짧게 다녀오는 일정이라도, 독일은 그 시간을 아깝지 않게 만들어 주는 나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