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픈 게 면역 때문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면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아는 분은 드뭅니다. 저도 회사 다닐 때 염증 수치가 치솟고 몸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시스템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선천면역과 후천면역, 우리 몸 안의 경찰 시스템
직장 생활이 가장 바빴던 시절, 저는 매일 야근을 했습니다. 퇴근하면 너무 지쳐서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을 여력이 없었고, 자리에는 달달한 간식이 늘 쌓여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로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자꾸 들었거든요. 몇 주가 지나자 몸이 눈에 띄게 이상해졌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결과는 염증 수치 상승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면역'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건강 상식이 아니라 제 몸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전쟁이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면역(immunity)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immunitas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역병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우리 몸이 외부 침입자를 구별하고 제거하는 전체 시스템을 가리킵니다. 이 시스템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선천면역(innate immunity)입니다. 선천면역이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즉각 대응 체계로,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면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반응합니다. 대표적인 세포가 대식세포(macrophage)인데, 대식세포란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을 직접 집어삼켜 분해하는 세포입니다. 경찰이 순찰 중 범인을 발견하면 즉시 체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 번째는 후천면역(adaptive immunity)입니다. 후천면역이란 특정 침입자를 기억하고 다음번에 더 정밀하게 반응하도록 학습하는 지연 대응 체계입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T세포와 B세포입니다.
면역 시스템이 외부 침입자를 알아보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MHC 클래스 1(주요 조직 적합성 복합체)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습니다. MHC 클래스 1이란 쉽게 말해 세포의 신분증 같은 것으로, 면역세포가 이 표식을 보고 '아군이냐 적이냐'를 판별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발표에 따르면 우리 몸의 세포 수는 약 37조 개이며, 대부분의 세포가 이 신분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NIH).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식세포가 바이러스를 탐지하고 즉시 포식하여 분해
- 헬퍼 T세포가 이 정보를 전달받아 킬러 T세포와 B세포에 출동 명령
- 킬러 T세포(세포독성 T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제거
- B세포가 항체(antibody)를 생성하여 바이러스를 무력화
항체란 특정 침입자를 표적으로 만들어진 단백질 무기로, 한번 만들어진 항체는 기억 세포에 저장되어 같은 침입자가 다시 왔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백신이 작동하는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혈액 pH와 염증의 악순환
제가 당시 경험했던 것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인스턴트 음식과 단것을 반복해서 먹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으니 몸 상태가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 패턴이 한 번 더 반복되면 만성 염증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하셨을 때 솔직히 너무 무서웠습니다.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이란 급성 염증과 달리 수개월 이상 염증 반응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면역 세포가 계속 활성화되어 오히려 정상 조직까지 손상시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으니 염증 수치는 일시적으로 내려갔지만 위장이 나빠졌고, 위장이 나빠지니 영양 흡수가 안 되고, 그러면 다시 면역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이때만큼 절실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혈액의 산성도, 즉 혈액 pH와 면역력의 관계입니다. 건강한 혈액은 pH 7.35~7.45 사이의 약알칼리성 상태를 유지합니다. 여기서 혈액 pH란 혈액이 얼마나 산성이냐 알칼리성이냐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범위가 무너지면 세포 대사가 교란되고 면역 반응도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이 장기간 지속되면 산성 대사 산물이 축적되면서 이 균형이 흔들립니다.
저는 이 경험 이후로 생활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채소와 오메가-3 계열 영양제를 챙겼습니다. 간식은 달달한 것 대신 견과류로 바꿨고, 아무리 바빠도 주 2회는 운동을 지키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검사에서 처음으로 염증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고, 늘 짜증스럽고 무겁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습니다.
감정적 접촉과 면역력
포옹이나 따뜻한 감정적 접촉이 면역력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도 저는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포옹을 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이것이 몸의 과도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마음이 안정되었을 때와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몸 상태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의 경우처럼, 면역이란 결국 몸이 '나'와 '나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의 문제인데, 그 감수성 자체가 정신적 상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세포가 외부 침입자가 아닌 자신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상태로, 루푸스나 쇼그렌 증후군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국내 자가면역질환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면역 관련 연구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국가건강정보포털).
결국 면역은 거창한 약이나 보충제보다 먼저, 일상의 루틴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저는 몸으로 배웠습니다. 염증 수치가 다시 올라가기 전에 식사, 수면, 운동, 스트레스 관리 중 하나라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일상에서 늘 항상 반복했던 작은 습관들이 염증 수치가 올라가는데에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반복하는 잘못된 습관들이 있는지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그리고 적용하기 쉽게 바꿔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작은 변화 하나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몸의 반응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