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방사통으로 5년을 버티다 결국 수술대에 오른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엄마가 밤마다 다리를 부여잡고 잠을 못 이루던 시절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이 통증이 얼마나 사람을 무너뜨리는지 압니다. 허리 문제인지, 다리 문제인지 원인조차 모른 채 통증만 버티는 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이 글은 그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기록입니다.

하지 방사통과 척추관 협착증, 원인은 허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하지 방사통은 엉덩이부터 종아리, 발바닥까지 타고 내려오는 통증과 저림 증상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허리 문제가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허리에서 눌린 신경이 통증의 출발점이 맞습니다. 그런데 제 엄마 경우를 돌아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으로, 척추뼈 사이에 있는 동그란 관 형태의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그 안을 지나는 척추 신경이 압박을 받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척추관이란 뇌에서 내려온 신경이 엉덩이와 종아리, 발바닥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말하는데, 이 통로가 막히면 기찻길을 따라가듯 신경이 지나는 경로 전체로 통증이 흘러내려갑니다. 엄마는 요추 4번과 5번 사이에 이 협착이 있었고, 오른쪽 다리 뒤쪽을 따라 종아리까지 저림과 당김이 심하게 왔습니다. 그래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통증이 심하셨고, 나중에는 낮에 일상생활 하는 것도 힘들어질 정도로 통증이 심하셨습니다.
그런데 협착증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하지 방사통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특정 신경근, 즉 허리에서 갈라져 나오는 신경 가지가 눌려야만 방사통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신경근이란 척수에서 갈라져 나와 다리 각 부위로 연결되는 신경 줄기를 뜻하는데, 어떤 신경근이 눌리느냐에 따라 통증이 내려오는 위치와 양상이 달라집니다(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상근증후군, 하지 방사통의 또 다른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더 까다로운 건, 허리나 고관절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하지 방사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이상근 증후군입니다. 이상근이란 엉덩이 뒤쪽에 손바닥만 한 크기로 납작하게 자리한 근육으로, 다리를 벌리거나 고관절을 외회전시킬 때 사용됩니다. 이 근육 바로 아래로 좌골 신경이 지나가는데, 이상근이 붓거나 염증이 생기거나 섬유화 조직이 형성되면 좌골 신경이 압박을 받아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종아리까지 통증과 이상 감각이 발생합니다. 허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도 나흘째 아침에 갑자기 엉덩이 통증으로 못 앉겠다며 의료진을 당황하게 한 사례가 바로 이상근 증후군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MRI에서 신경 압박도 없고 골반 엑스레이도 정상이었는데 말이죠.
하지 방사통의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척추관 협착증: 척추관이 좁아져 척추 신경이 눌리는 퇴행성 질환
- 척추 전방 전위증: 척추뼈 하나가 앞으로 밀려나와 신경을 압박하는 상태
- 이상근 증후군: 이상근이 좌골 신경을 압박해 발생하는 좌골 신경통의 한 원인
- 골반 불균형: 출산, 자세 불량 등으로 골반이 틀어져 신경 경로에 영향을 주는 경우
엄마의 경우 출산을 다섯 번 하면서 골반이 틀어진 것도 하지 방사통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척추관 협착증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제 경험상, 원인이 하나라고 단정하는 순간 치료 방향이 좁아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시술과 수술이 끝이 아닌 이유, 운동치료가 필요한 이유
일반적으로 수술이나 시술을 받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고, 엄마가 시술받고 나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시술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저림과 당김이 돌아올 때, 엄마가 느꼈던 통증에 대한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상근 증후군에 사용하는 신경 주사 치료는 국소 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이상근과 좌골 신경 주위에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국소 마취제란 통증 감각 신호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약물이고, 스테로이드는 염증 반응을 억제해 부종을 가라앉히는 성분입니다. 효과가 빠르고 확실하지만,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2~3개월 간격으로 최대 두세 번 정도만 맞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너무 자주 맞으면 오히려 주변 조직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척추 수술인 감압술은 좁아진 척추관에서 후궁뼈를 제거해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넓혀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후궁뼈란 척추뼈 뒤쪽에 위치한 아치 형태의 뼈 구조물로, 이것이 두꺼워지거나 변형되면 척추관을 더 좁아지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수술 후 사흘 만에 "엉덩이 아픈 게 없어졌어요"라고 걸어 다니는 환자를 보면 효과가 극적으로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수술과 시술 모두 눌린 신경을 풀어주거나 통증을 잠재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왜 척추관이 좁아졌는지, 왜 골반이 틀어졌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척추관 협착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매년 증가 추세이며,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재발률이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 경험상, 시술이나 수술 이후에 어떻게 몸을 관리하느냐가 장기적인 결과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시술 이후 가장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시작했습니다.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엔 10분도 버티기 힘들어하셨습니다. 하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척추와 고관절을 지지하는 근육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지금은 하지 저림도, 허리 통증도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술도 아니고, 주사도 아니고, 매일의 스트레칭이 이렇게 결정적인 역할을 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하지 방사통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좌골 신경 자체에 변성이 생겨 만성 통증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신경 변성이란 지속적인 압박과 자극으로 신경 섬유의 구조가 손상되어 정상적인 신호 전달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단계가 오면 수술을 해도 마비된 신경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결국 지금 아픈 통증을 달래는 건 시술이 해줄 수 있지만, 다시 아프지 않으려면 본인이 움직여야 합니다. 너무 뻔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엄마가 그 과정을 실제로 걸어온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이게 뻔한 조언이 아니라 유일하게 근본적인 해답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 방사통이 있다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은 가능한 범위에서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통증이 너무 심한 단계라면 시술이나 수술로 먼저 통증을 줄이고, 그 이후부터 스트레칭과 운동을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인 순서입니다. 수면의 질이 회복되고, 일상이 돌아오고,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선순환은 결국 그 반복에서 시작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